에너지

도시에 새 숨을
불어넣다
쇠퇴하는 도시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도시재생

서울 청계천에서
부산 감천문화마을까지

2021.08.27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나날이 짙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앞다투어 ESG* 경영을 선언하고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전력으로 충당하는 RE100 캠페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개인 역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플라스틱 프리(Plastic Free)’,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되새기는 ‘어스 아워(Earth Hour)*’ 등의 캠페인에 동참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우리 세대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SG :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세계자연기금(WWF·World Wide Fund for nature)이 지구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시작한 캠페인,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8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소등하며 뉴욕 타임스퀘어, 프랑스 에펠탑 등 전 세계 랜드마크들도 참여하고 있다.

 

 

지속가능성은 삶의 기반이 되는 지구 환경과 자연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를 의미한다. 이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전 세계 인구의 55%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라는 공간도 예외는 아니다. 도시는 다양한 세대와 여러 인종이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점에서 다양성과 복잡성이 극대화된 공간으로 도시 속 수많은 이들은 다양한 정보를 활발하게 교류하며 창조적인 생산 활동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도시의 구조적인 이유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환경오염, 교통혼잡, 난개발 등의 문제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처럼 명과 암이 분명한 도시라는 공간에 지속가능성을 더하기 위한 도시재생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재생이란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 따라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 및 지역자원의 활용을 통하여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정의된다.



도시재생은 아픈 도시를

치료하는 것이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Wikimedia Commons


상징적인 문화시설이 쇠락한 도시를 살려내는 현상을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고 하는데 이는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스페인의 ‘빌바오 프로젝트'에서 유래했다. 빌바오는 1970년대까지 철강 산업의 중심지로 기능했던 스페인 바스크주의 소도시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며 도시를 먹여 살리던 철강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으며 급격히 쇠퇴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단일 산업으로 유지되던 도시는 철강 산업이 흔들리자 실업률이 치솟고 시민들이 떠나갔으며 그렇게 도시의 기능이 점차 마비되어 도시의 단점만이 불거지게 되었다. 

 

그렇게 쇠락의 늪에 빠졌던 빌바오는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며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명소로 거듭나게 되었다. 1997년 개관한 구겐하임 미술관은 캐나다 출신의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가 설계했으며 곡선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외관 덕분에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새로운 느낌을 전달해준다. 조형성이 강한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해체주의 건축의 대표 사례로 언급되기도 하며 빌바오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팩토리 베를린/ Wikimedia Commons 

 

문화의 힘을 빌린 빌바오 프로젝트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도시를 변화시킨 독일의 ‘팩토리 베를린(Factory Berlin)’도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팩토리 베를린은 베를린 한가운데 위치한 미테지구에 조성되었는데 베를린은 세계대전 발발 이후 쇠락의 길을 걷던 도시였다. 이에 2000년대 초반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아트시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으나 좋은 반응을 거두지 못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던 중 2011년, 4차 산업혁명 정책 ‘인더스트리 4.0’ 정책의 일환으로 19세기에 지어진 폐쇄된 낡은 양조장을 리모델링하여 스타트업과 투자 전문회사, 대형 IT기업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했다. 저렴한 임대료와 각종 대출 혜택으로 IT, 패션, 음악,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사업가들을 불러모았고 2년 만에 인구 1만 명당 스타트업 수 121개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도시재생을 통해 유럽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게 된 베를린은 2018년 스타트업 투자 유치 신기록 달성, 유럽 내 투자금액 조사 1위 등의 성과를 내며 활기 넘치는 도시가 되었다.

 

국내 도시재생 사업의

역사와 현황은?


국내 도시들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격동의 산업화 시대 속에 관심을 얻지 못하고 계획 없이 방치됐다. 그 결과 수도인 서울은 인구와 인프라가 집중되며 점차 비대해졌고 지방의 도시들은 지속적인 인구 유출로 쇠락의 길을 걸으며 불균형을 이루었다. 게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며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 도시들도 일제히 주거지 노후화 같은 각종 도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도시재생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2007년 도시재생사업단이 출범,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도시재생사업단은 출범 이후 해외 사례와 국내 도시의 문제점, 해결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으며 그 노력의 결실로 2013년에 도시재생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후 2016년에는 33곳의 도시재생사업지를 선정했으며 2017년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국정과제로 설정하여 본격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전국에 확대하기에 이르렀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정부 주도 사업에서 소규모 주민생활밀착형으로 사업의 성격을 개선했으며 도시재생 대상지역 선정 기준 설정, 사업 유형 세분화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먼저 도시재생 대상 지역 선정은 인구감소, 사업체 수 감소, 생활환경 악화와 관련된 다섯 가지의 법정지표를 기준으로 삼아 체계적인 선정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이렇게 선정된 대상 지역의 특성과 사업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 등의 다섯 가지의 유형으로 구분한다.

 

복원된 서울 청계천 전경

 

국내 도시재생 사례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청계천 복원 사업이다. 청계천은 1950년대 말 악취와 미관상의 이유로 복개공사가 이루어졌으며 1960년대에 그 위에 청계고가도로가 세워졌다. 당시에는 청계고가도로 주변에 상권이 발달하며 시가지 발전에 기여했으나 시간이 흐르자 주변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상권이 축소되며 경쟁력이 약화되었고 교통량이 과다하게 몰리며 교통혼잡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에 서울시는 2000년대 초반 자연환경의 회복과 시민 삶의 질 향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청계고가도로의 철거와 함께 복개되었던 청계천을 깨끗한 물의 흐르는 하천으로 복원했다. 청계천 복원 시 자연의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공사 완료 후 시간이 흐르자 하천 생태계가 재생되었고,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청계천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또한 프랑스, 미국, 일본 등에서 청계천 복원 사업을 벤치마킹하며 서울시가 자연과 인간 중심의 환경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 Wikimedia Commons

 

그리고 한 해 185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부산 감천문화마을도 국내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 중 하나이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동에 위치한 마을로 길이 좁고 경사가 심한 지형 탓에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동네였다. 그러던 중 한국전쟁을 겪으며 부산까지 몰려온 피난민들이 계단식으로 판잣집을 지어 거주하게 되며 탄생한 곳으로, 이후에는 지형과 낙후된 환경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거주하는 ‘달동네’로 전락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도시재생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예술가와 주민들이 힘을 합쳐 마을 곳곳의 담장과 건물 벽에 예술 작품을 그려 넣으며 시작됐다. 2010년에는 부산시 자체적으로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골목길을 정비하고 예술작품 설치에도 더욱 공을 들였고 그 결과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가득한 현재의 감천문화마을이 탄생했다.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며 매년 수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는 대표 관광지로 성장하며 문화예술을 활용한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2021년 1차 도시재생 뉴딜 신규사업으로 부산 사상, 강원 영월, 충남 당진 등 총 13곳이 선정되었다. 부산 사상에는 생활문화복지 공간과 골목상권 컨설팅을 지원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강원 영월은 청년 귀촌인의 정착거점 조성을 위한 기반 마련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도시재생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서울 청계천, 부산 감천문화마을과 같은 성공사례가 늘어나기를 바란다. 

에너지로 만드는 지속가능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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