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글로벌 트렌드 ‘RE100’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로,
심각성을 일깨우는 표현의 변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업들의 자발적인 실천을 알아보자

2021.05.17



이제는 지구를 위해

행동해야 할 시간이다.


지난 2019년 12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25)’의 핵심 의제는 ‘행동해야 할 시간(Time for Action)’이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에 의무를 부여하는 파리협정(2015년) 이후 실행에 필요한 이행 규칙을 완성하기 위한 자리에 걸맞은 의제다.

 

최근 30년 사이 우리나라의 평균 온도는 1.4℃ 상승했으며 계절의 길이도 변화했다. 지난해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과거 30년(1912년~1947년)에 비해 최근 30년(1988년~2017년)의 봄과 여름은 각각 3일, 19일 늘어나고 가을과 겨울은 각각 4일, 18일 줄었다. 올해 3월에는 산림청이 매년 4월 5일로 지정된 식목일 날짜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높아진 3월의 기온이 나무를 심기 가장 좋은 온도인 6.5도에 가장 알맞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같이 실제 관측 가능하고 체감 가능한 변화로 인해 국제사회에서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 대신 ‘기후 위기(Climate Crisis)’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라는 표현이 인류가 직면한 위험을 더 정확하게 표현해 준다는 취지다. 영국을 대표하는 일간지 가디언도 2019년 “앞으로 ‘기후변화’라는 표현 대신 ‘기후 비상사태(Emergency)’, ‘기후 위기’, ‘기후 실패(Break down)’ 등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학계뿐만 아니라 미디어에서도 현재 상황을 위험하게 받아들이고 변화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글로벌 기업의 트렌드로 떠오른
RE100 캠페인이 좋은 사례다.


RE100 캠페인은 2014년 시작된 국제 캠페인으로 영국의 다국적 비영리단체인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처음 제안했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발전원에서 생산된 재생전력으로 충당한다는 목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해서 생산된 전기 대신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 발전 등에서 생산된 전기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RE100 가입 기업은 2021년 4월 기준으로 총 300여 곳에 이르며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레고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애플과 BMW 등은 전 세계에 분포한 협력 업체에도 RE100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BMW는 자사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공급하는 삼성SDI에 동참을 요구하기도 했다. RE100은 이와 같이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전 세계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0% 목표를 달성한 기업도 구글(2017), 애플(2018), 페이스북(2020) 외 30곳이나 된다.

 

이는 물리적 규제 없이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낸 성과라는 데 의미가 있다.


 



빠르게 목표를 달성한 구글은 대표적인 재생전력 구매 IT 기업이다. 데이터 센터 운영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구글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적극적으로 재생전력을 구매하여 사용했기 때문이다. 태양광, 풍력 등 대표적인 재생전력은 기상 상태에 따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어 재생전력만으로 직접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재생전기 발전소에 인접한 데이터 센터 부지를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에 구글은 전력 구매를 비롯해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먼저,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통해 연간 사용하는 전력량에 비례하는 재생전력을 매칭하여 구입하는 방법이다. 구글은 2017년 재생전력을 8,000GWh 가까이 구매하였으며 이는 전 세계 기업 중 최대다. 주로 풍력 발전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하고 있으며 늘어나는 전력 사용량을 맞추기 위해 태양광 발전의 비율도 높여나가고 있다. 구글은 전력구매계약을 통해 재생전기를 직접 끌어오거나, 여의치 않을 때는 가상 PPA 방법도 사용한다. 직접 PPA가 구매한 전력을 직접 끌어오는 방식이라면 가상 PPA는 전력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한 후 재판매하고, 실제 구글이 사용하는 전기는 계통을 통해 별도로 끌어오는 방법이다. 이 경우 화석 연료 발전소의 전기도 사용하게 되나, 그에 상응하는 재생전력을 구매하였으므로 RE100 달성으로 인정된다. 

 

즉, 구글의 RE100 달성은 구글이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여 데이터 센터와 사무실을 실제 운영했다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 전력량의 100%에 해당하는 재생전력을 구매/확보/생산했다는 뜻이다. 구글은 RE100에서 한 단계 더 강화된 24x7 무탄소 전력 공급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365일 24시간 무탄소 전력 사용을 목표로 하며 이를 위해 PPA 확대, 전력 사용량 감소, 에너지 효율성 증대를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출처Arne Müseler www.arne-mueseler.com

 

애플 역시 RE100을 달성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유명하다. 애플은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애플 파크(Apple Park)’라는 이름의 신사옥을 건설했다. 옥상에 17MW 용량의 태양 전지판을 설치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지붕형 태양광 시설이다. 이외에 4MW의 바이오가스 연료 전지 등 다양한 발전원을 활용하여 애플 파크의 전력소비량의 100%를 재생전력으로 충당하고 있다. 또한 건물의 환기가 잘 이루어지도록 하여 일 년 중 9개월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설계했다. 

 

애플은 전 세계에 걸쳐 다수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실시해오고 있다. 최근 애플의 발표에 따르면 17개의 그린 본드 프로젝트에 47억 달러의 자금을 집행했다. 이는 매년 평균 92만 1천 톤의 탄소 저감 효과를 가지며 약 20만 대의 차량을 없애는 것과 같은 규모다. 또한 덴마크 내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 풍력 2기를 건설해 매년 62GWh의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력은 애플의 데이터 센터 운영에 사용될 예정이며 잉여 전력은 덴마크 전력망에 공급된다. 

 

최근 국내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RE100 참여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사에도 RE100 기준을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RE100 캠페인이 무역 장벽으로 기능해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에 2020년 말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RE100 가입을 선언했다. 이어 올해 1월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형 RE100(K-RE100)’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한국형 RE100 제도를 통해 재생전력을 기업과 같은 전기 소비자가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한국형 RE100 제도는 우리나라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글로벌 RE100은 연간 전기 사용량이 100GWh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한국형 RE100은 전기 사용량과 무관하게 중견·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 모두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재생전력을 ▲녹색 프리미엄제 ▲제3자 PPA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자가발전 ▲지분투자 등 5가지를 통해 조달할 수 있다.

 

먼저, 녹색 프리미엄제는 입찰을 통해 한국전력으로부터 재생에너지 프리미엄을 얹어 구매하는 방식이다. 제3자 PPA는 한국전력을 중개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소비자가 직접 전력거래계약(PPA)를 맺는 방법이다. 이전에는 발전사와 기업 간 직접 거래가 불가능했기에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는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 이행에 활용되지 않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직접 구매하는 방법으로 이 역시 이전에는 불가능했으나 한국형 RE100 제도의 도입으로 가능해졌으며 한국형 RE100용 REC 거래 플랫폼도 개설할 예정이다. 자가발전은 자가용 재생에너지 설비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는 방법이고, 지분 투자는 전기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이다.

 

정부, 기업과 더불어 RE100 달성을 위한
실천 노력들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광주와 평창 등 지자체가 RE100을 선언하기도 하고,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기도 한다. 전남 해남 632만 평 부지에 신재생에너지 기반 탄소제로도시로 조성 중인 솔라시도도 도시 내에 50만 평 규모의 RE100 전용 산업단지를 개발 중이다.

 

솔라시도 태양광 발전소

 

전남 해남은 국내 최고 수준의 일조량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해 3GW 규모의 재생전기 발전이 가능한 여건을 갖춘 곳이다. 이에 한양은 지난해 6월 솔라시도 내 48만 평 부지에 연간 129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했다. 98M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용량과 306MWh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용량을 갖추었으며 발전소의 약 25%를 녹지와 공원으로 조성했다. 솔라시도 RE100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은 소요 전력의 100%를 향후 해남에 소재한 태양광 발전소로부터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한국형 그린뉴딜’의 핵심인 친환경 에너지 산업단지 조성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솔라시도 RE100 산업단지는 입주 기업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해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공급하고, RE100 산업단지에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보급할 수 있도록 인프라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솔라시도에서 생활할 시민들을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건축물을 포함하는 도시 계획을 수립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솔라시도는 궁극적으로 RE100, 탄소제로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솔라시도가 햇빛공유 클러스터*로 조성 중인 RE100 산업단지와 태양광 발전소를 기반으로 진정한 RE100, 탄소제로 도시로 조성되길 기대한다.

*연관 있는 산업의 기업과 기관들이 한곳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산업집적단지

 

그러기 위해서는 솔라시도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같은 RE100 구현 사업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형 RE100도 이제 막 도입된 만큼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세부 방안들이 준비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RE100 제도에 여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무형의 각종 지원 방안도 필요하고 지속적인 관리·감독 의무도 성실히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RE100 캠페인을 기반으로 산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이 더욱 충실해지고, 2050 탄소제로 목표 달성을 통해 더욱 밝아질 미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