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그리드
지능화된 전력망으로 여름철 블랙아웃은 OUT!

화석연료 사용 절감으로 지구 환경 보호까지

2021.08.05

 

최근 북미 지역과 캐나다를 덮친 이상고온 현상을 통해 지구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말에는 캐나다 일부 지역의 기온이 최대 49.6℃까지 치솟았으며, 일주일간 40℃가 넘는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기도 했다. 살인적인 더위로 인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 700여 명이 온열 질환으로 돌연사했다는 소식, 그린란드에서 85억t 분량의 얼음이 녹아내렸다는 소식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여름이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바 있다. 당시 서울은 국내 기상 관측 사상 최고 온도인 39.6℃를 기록했으며, 온열 질환 사망자 수가 160명(2019년, 통계청 ’2018년 사망원인 통계’)에 달했다. 사람뿐만 아니라 소·닭·돼지 등 가축과 양식장의 어류들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집단 폐사하는 사례가 빈번했으며 높은 온도에 건물의 유리가 달궈져 이를 화재 상황으로 인지한 시스템이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킨 사례도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2021년 여름이 왔다


7월 초의 짧은 장마가 끝나고 난 뒤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이어지며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 추정자가 벌써 10명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력 수요에 대한 걱정도 함께 늘어가고 있다. 매년 여름, 언론을 통해 ‘전력 수급 위험’, ‘블랙아웃(Blackout)* 우려’ 등의 기사를 접해보았을 것이다. 가정과 사업장 등 에어컨에 의지하여 지구온난화에서 기인한 살인적인 더위를 버텨내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정전 사태, 일시적으로 동시에 전기 수요가 폭증해 기존 전력망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공급능력을 뛰어넘을 때 발생하는 전체적인 동시 정전 상태

 

 

모두가 알고 있듯 에어컨 사용은 지구온난화를 앞당기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저온의 물질로부터 열을 빼앗아 고온의 물체에 전달하기 위해 냉매를 사용하는데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냉매 물질인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상황이 반복되면 태양의 높은 열과 강렬한 빛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해 주는 오존층은 사라지고 온도는 더욱 치솟게 될 것이다. 또한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도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해결로 지구 회복을 위한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지능형 전력망)'는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생산하고 불필요한 화석연료 소비도 줄일 수 있어 환경보호 해결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와 건축물을 잇는

똑똑한 전력망, 스마트그리드

 

스마트그리드는 ‘똑똑한, 영리한’을 뜻하는 ‘Smart’와 전기, 가스 등의 공급용 배관망, 전력망이라는 뜻의 ‘Grid’의 합성어로 지능형 전력망, 혹은 차세대 전력망으로 불린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서는 스마트그리드를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기술(ICT)을 더해 전력 생산과 소비 정보를 양방향, 실시간으로 주고받음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전력망’이라고 설명한다. 즉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전력망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스마트그리드의 핵심이다.

 

 

기존 전력망은 공급자 중심의 중앙 집중 체계로 운영되어 일방향적 특성을 가지며, 전력에 대한 정보를 공급자가 독점하여 전력 생산과 활용이 비효율적이라는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일례로 기존 전력망은 축적된 시간별, 계절별의 전력 수요량을 예측하여 전력을 생산하지만, 예상보다 전력 사용량이 많아져 ‘블랙아웃’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일반적으로 15% 정도를 예비용 전력으로 추가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전력 사용량이 예측한 수요를 넘지 않는 경우, 남은 예비용 전력이 그대로 버려져 큰 전력 낭비를 초래한다. 

 

반면 스마트그리드는 전력 공급자와 수요자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류하여 수요자가 능동적으로 전력 사용 시간과 양을 결정할 수 있다. 정보 교류를 통해 기존 전력망이 가진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전력 사용에 대한 비용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전력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조정된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수요자가 전력이 저렴한 시간에 전력 사용량과 소비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전력 사용이 동시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여 공급자가 전력 생산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예비 전력 생산을 위한 과도한 발전을 줄일 수 있다.

 

 

앞서 소개했듯, 스마트그리드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실현할 수 있다. 에너지 네트워크와 통신 네트워크를 결합하고 전력망을 디지털화하여 전력 공급자와 수요자가 실시간으로 정보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일종인 스마트 미터(Smart Meter)가 활용된다. 스마트 미터는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 측정·관리하는 전자식 계량기로 실시간으로 전력사용량을 점검해 전력이 필요한 곳과 남는 곳을 알려주어 효율적으로 전력수급을 지원한다. 

 

스마트그리드 실현에 있어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이하 ESS)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기술이다. ESS는 단어 그대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건전지와 소형 배터리 역시 전기 에너지를 저장하는 전력 저장 장치의 일종이지만, 일반적으로 수백 킬로와트시(kWh) 이상의 전력을 저장하는 단독 시스템을 ESS라고 부른다. 남는 전기를 ESS에 저장하고 이를 통해 수요와 공급을 적절히 조절해 버려지는 에너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력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에도 ESS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스마트그리드를 축소하여 보다 소규모의 지역에 적용한 것을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라고 한다. 마이크로그리드는 발전원과 수요자의 거리가 가까워 별도의 송전 설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구축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저렴하여 스마트그리드 도입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주로 육지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없는 에너지 자립섬과 같은 도서지역에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병원, 군부대, 대학 캠퍼스 등에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가 점차 확대되어 기존 전력 계통에 연결되면 궁극적으로는 전국 단위의 거대한 스마트그리드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주도 구좌읍 월정풍력발전 


대한민국의

스마트그리드 현황은?


현재 우리나라도 발 빠르게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뛰어들어 기술 개발과 법·제도를 손보는 등 스마트그리드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4년 관련 전문가와 산학연구 기관에서 기초기술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2008년에는 그린에너지 산업 발전전략의 과제로 스마트그리드를 선정하고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지능형 전력망 구축 위원회’를 신설했다. 이어 2009년 8월 20일에는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이 공식 출범하여 정부의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총괄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들은 2030년까지 전체 전력망 지능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2009년 7월에는 제주특별자치도 구좌읍이 실증 단지 건설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국내 최초로 스마트그리드 시범 단지를 구축한 사업인 만큼 한국전력공사(KEPCO)와 LG전자 등을 비롯한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여 ‘제주 SG 실증 단지’라는 이름으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실증 사업을 진행했다. 실증이 종료된 현재까지도 스마트그리드 확산을 위한 노력은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스마트시티 국가시범 도시로 조성 중인 세종 5-1 생활권에도 스마트그리드가 도입될 예정이다. 세종 스마트시티가 에너지 자립과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목표로 하는 만큼 스마트그리드의 적용은 필수적이다.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스마트그리드와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은 물론,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제로에너지 건축 기법을 활용한 스마트 빌딩, 블록체인을 활용한 이웃 간 전력 거래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될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가 적용된 미래에는 여름철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스마트패드를 이용해 실시간 전기 요금을 확인한 뒤 가전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해질 것이고, 전기 요금이 저렴한 심야시간대에 로봇청소기와 식기세척기가 스스로 가동되어 더욱 편리하고 청결하게 생활 공간을 관리하게 될 것이다. 또한 대규모 기업과 공장들은 저렴한 시간대에 전력을 구비하여 ESS에 저장해두고 효율적으로 전력을 사용하게 되어 낭비되는 전력과 함께 과도한 발전 역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창궐한 코로나19  로 인해 실내 활동이 늘어나며 가정 내 전력 수요가 늘었다. 더불어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부진했던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며 산업용 전력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정용과 산업용 전력 수요가 모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한편에서는 전력 대란 우려를 쏟아내며 원전의 재개를 요구하고 반대편에서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들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와 기술 발전을 통해 스마트그리드를 실현하여 환경을 보호하며 안정된 전력을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