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인

[Interview] 2025년부터 아파트 제로에너지 인증 의무화… 변화와 대처 방안은?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박명규 스마트기술센터장 인터뷰

2024.08.02

ZEB, 제로에너지빌딩이란 건물이 쓰는 ‘사용에너지’와 직접 공급하는 ‘생산에너지’의 합이 ‘제로(0)’가 되는 건축물을 뜻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토교통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2020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의 공공건물일 경우, ZEB 5등급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등 의무화 정책이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는 공공뿐 아니라 민간 건축물도 연면적 1,000㎡ 이상일 경우 ZEB 5등급 인증이 의무화됩니다. 연면적 1,000㎡는 30평 아파트 10가구 정도가 들어가는 규모니, 웬만한 아파트에는 모두 새 기준이 적용되는 셈이죠. 


ZEB 인증제도가 어떻게 도입됐고 무엇이 바뀌는지, 한국환경건축연구원 박명규 스마트기술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박명규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스마트기술센터장


Q. 바쁜 일정 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한국환경건축연구원이 어떤 곳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명규 한국환경건축연구원 센터장(이하 박명규 센터장)      한국환경건축연구원은 2004 4월에 국토교통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연구 기관이며, 올해로 만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주로 연구, 진단 평가, 인증 등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대표 업무로는 녹색건축 인증,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이 있습니다. 2021 11,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ZEB 인증기관으로 지정돼 이와 관련한 업무를 진행 중이고요.


Q. 제로에너지빌딩에 대해 아직 잘 모르는 일반인이 많은데, 간단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박명규 센터장    ZEB라는 개념은 1970년대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건 2015 12월 파리 기후협약 이후입니다. 당시 전 세계 195개국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고,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정했어요. 그리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게 필수이기 때문에 제로에너지 빌딩, ZEB의 필요성이 점점 대두됐죠.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은 고개를 갸웃하지만,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22%가 건물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건물은 그 자체로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비합니다. 

 

우리 눈에 보이진 않아도 건물은 냉방, 난방, 공조 등을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거든요. 이렇다 보니 국가적으로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자 만든 제도가 바로 ZEB 인증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낮은 5등급부터 가장 높은 1등급까지 총 5개 등급이 있습니다. 


Q. 내년부터는 민간 건축물에서도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이 의무화된다고 들었습니다.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이라 들었는데, 어떤 단계를 거치는 건가요?  


박명규 센터장    5년에 한 번, 더 높은 등급을 받아야 하게끔 기준이 올라간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공공 부문 건물의 경우, 2020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인 경우 ‘5등급 이상획득이 의무였고, 2025년부터 한 단계씩 올라가죠. (아래 이미지 참고) 민간 부문은 건설 경기 침체나 공사비 문제로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걸로 연기된 상황이었어요. 

 



Q. 제로에너지빌딩 등급별 기준이 궁금합니다.  


박명규 센터장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총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에너지자립률’,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건축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또는 원격검침 전자식 계량기 설치 여부인데요. 마지막 2개 요건은 5개 등급에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사실상 에너지자립률에 따라 등급이 결정된다 보시면 됩니다. (*5개 등급 공통 :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1++이상, BEMS 또는 원격검침 전자식 계량기 설치) 

 

에너지자립률이란 한 건물의 에너지 생산량을 에너지 소비량으로 나눈 백분율을 뜻하는데요. 어떤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이 100이고 생산량이 20이라면, 에너지자립률은 20% ZEB 5등급이 됩니다. 자립률을 20% 높일 때마다 1등급씩 올라가서, 에너지 자립률이 100%인 경우 비로소 ZEB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거죠.

 


Q. ZEB 인증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박명규 센터장    ZEB 인증 절차는 예비 인증과 본 인증, 사후 관리로 나뉩니다. 건축 심의, 즉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설계 계획을 기준으로 예비 인증을 받고요. 이후 건물을 다 짓고 나서 준공 시에 본 인증을 받습니다. 실제로 설계 기준에 맞게 지어졌는지 검토하는 거죠. 

 

본 인증만 받아도 괜찮지만, 예비 인증을 받아 놓으면 나중에 제도가 바뀌더라도 인증 당시 설계 기준으로 본 인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건물 공사 기간이 3~4개월 정도로 짧으면 상관없지만, 1~2년 이상 되는 장기 사업장의 경우라면 예비 인증을 받아두는 게 이득일 수 있겠죠. 


Q. ZEB 인증 의무화와 관련, 민간 기업과 연구나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가 있나요? 


박명규 센터장    우리 기관이 현재 교육 기관 또는 민간 기업과 진행해 온 연구 과제만 총 13건입니다. 공공 기업까지 합치면 수십 건 되고요. 한양과는 2018년부터 제로에너지빌딩 연구 용역을 맡아 6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어요.

 


제로에너지빌딩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가 더 많이 이뤄져야 건설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한양이 선도적이라 할 수 있죠.”


Q. 2018년이면 지금처럼 제로에너지빌딩 의무화 이야기가 없던 시기였죠. 당시 이런 기업이 많았나요? 


박명규 센터장    아뇨, 말씀하신 것처럼 당시에는 ZEB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거나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관련 연구를 하는 기업이 별로 없었어요. 단순히 어떻게 하면 ZEB 인증을 받는지 컨설팅만 의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사실 ZEB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가 더 많이 이뤄져야 건설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한양이 선도적이라 할 수 있죠. 


Q. 아무래도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라든지 비용 문제 때문에 ZEB 인증이 부담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박명규 센터장    맞아요, 그런데 제가 여기서 왜 한양이 선도적이라 하냐면, 실제로 건설사들이 ZEB 인증을 받을 때 과설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그 이유는 보통 컨설팅만 받으면 ZEB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인허가를 받기 위해 고비용을 지출해도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한양처럼 미리 ZEB 연구를 진행해 온 기업이라면 인증 받기 위한 공사 비용을 최적화할 수 있죠. 


Q.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신다면? 


박명규 센터장    ZEB는 패시브, 액티브, 신재생에너지, 그리고 건축, 기계 설비 등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 있어요. 그중 어떤 분야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 배치하느냐에 따라 비용 절감률이 크게 달라져요. 예를 들면 벽체는 수억 원을 들여도 에너지 절감률이 1~2%에 불과하지만, 전열교환기는 수천만 원만 들여도 10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되느냐면 그건 또 아니에요. 한양처럼 오랫동안 ZEB를 연구한 기업에서나 나름대로 매뉴얼을 만들어서 이와 관련한 자재비를 더 세부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거죠.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컨설팅 업체에서 단순하게 시키는 대로만 하다 보니 공사비가 더 오를 수밖에 없어요.

 



Q. ZEB 인증 정책이 추진되면서 시장에서는 효율적인 제로에너지빌딩 설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필요한 기술은 뭐가 있을까요?  


박명규 센터장    이게 정확히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려운 이유가 아까 말씀드렸듯 ZEB에서도 다양한 분야가 있고, 건물별로 주거나 상업용에 따라 필요한 기술이 따로 있기 때문이에요. 이를테면 상업용 건물은 주로 낮에만 쓰니까 상대적으로 주거 건물과 비교해 단열이 덜 중요하죠. 공간에서도 층고를 높이면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서 용도별로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설계해야 하고요. 창의 성능을 높이면 좋긴 한데, 조망이나 비용 때문에 3중창을 설치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비교적 효율적인 설비가 있다면 전열교환기나 LED 등이에요. 그중 전열교환기는 비용도 저렴하면서 열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회수해서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편이죠.

 


전열교환기()를 적용해 청정 공기와 에너지 효율 두 가지를 잡은 수자인 세대 내부


Q. 수자인을 비롯해 신축 아파트에서는 대부분 전열교환기를 설치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일반 주거시설에서도 이미 패시브 하우스를 적용하는 셈이네요?

 

박명규 센터장    그렇죠, 요즘 신축 아파트를 보면 최근 5~6년 새 단열이나 창호 등 패시브 하우스 기술을 굉장히 끌어 올렸어요. 그런데 문제는 정작 일반 입주자들이 전열교환기가 어디 설치돼 있는지도 잘 모르고, 알아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오히려 실제로는 비싼 공기청정기를 더 많이 쓰죠. 그게 다 마케팅 때문인데, 전열교환기를 사용하는 것이 친환경이나 에너지 효율 면에서 큰 도움이 돼요.


Q. ZEB 인증 업무를 진행하면서 겪은 애로사항이나, 유념해야 할 사항을 알려주신다면? 


박명규 센터장    그동안 ZEB 인증을 받으려면 아까 말씀드렸듯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도 받아야 하다 보니 현장에서 불필요하게 규제가 복잡하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올해 2 20일 자로 녹색건축법 개정을 공포하면서 내년 1 1일부터는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및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로 통합 및 간소화할 예정이에요. 

 

이 외에 냉방 평가 세부 개선안도 있는데, 설계도서에 냉방 설비가 포함돼 있지 않는다면 냉방 설치 기본값을 넣어서 평가하겠다는 내용이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기존에 ZEB 등급을 높게 받으려고 자체적으로 시스템 에어컨을 빼고 설계했다가 나중에 스탠드형 에어컨으로 대체하려는 꼼수를 막겠다는 거예요. 이런 개선 사항을 미리 준비해야 향후 ZEB 인증에서 실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ZEB 인증제도가 잘 정착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박명규 센터장    앞으로 ZEB 인증 기준은 계속 높아질 전망입니다. ZEB 인증제도가 잘 자리 잡으려면 먼저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할 것 같아요. 또 금융이나 다양한 방면으로 혜택이 제공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건설 분야에서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술 연구를 꾸준히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제적인 협력과 정보 교류도 더 활성화돼야 한다고 보고요. 관련 전문가도 더 많아져야 합니다. 또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는 점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필요성을 알리고 홍보할 필요도 있습니다.

 


***

 

인터뷰 말미, 박명규 센터장은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 효율 기술에서 아직 뒤처져 있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ZEB과 관련해 앞으로 기업뿐 아니라 대중의 인식이 개선돼야 함을 강조했죠. 이와 더불어 한양처럼 ZEB과 관련한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한 기업들은 앞으로의 변화에 보다 선제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 전망했습니다. 한양은 ZEB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친환경 사업 부문에서 건설 업계를 선도할 한양, 그리고 수자인의 행보에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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